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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교수가 들려주는 문화관광 해설의 이론과 실제..

글쓴이 : 편집실 날짜 : 2022-09-02 (금) 10:47 조회 : 51


-남원문화대학 소개-

이현식 교수가 들려주는 문화관광 해설의 이론과 실제.. 

 

오늘은 남원문화대학에서 전, 서남대 이현식 교수의 문화관광 해설의 이론과 실제란 주제로 제 8주차 강의가 열린다. 

 어떠한 내용으로 문화관광의 이론과 실제를 펼쳐갈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시간에 들었던 강의 내용중에서 한 대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남원문화대학 강의를 오신다기에 잠시 저녁시간을 함께 하고자 다녀오면서 강사의 강의시간과 많은 대화들을 회상해 본다.  

 「김시습은 1460년경 관동지방의 여행을 마쳤다. 그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떠났다. 이번에는 삼남 지방이었다. 그는 충청도를 지나 무등산, 송광사를 거쳐 남원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운봉을 통해 영남으로 넘어갈 요량이었다. 이곳에서 만복사를 구경했고, 휼민관(恤民館, 광해군 이전의 용성관 이름)에 들렀다.

 김시습이 남긴 시 한수를 감상해 본다.

客館蕭條車馬稀(객관소조거마희) 객관은 쓸쓸하여 오가는 이 드문데
小樓高壓夕陽輝(소루고압석양휘) 작은 다락 저 높이엔 노을이 물들었네
一聲長笛人如玉(일성장적인여옥) 한 가락 피리 소린 농옥의 소리인가
恰是姮娥奏羽衣(흡시항아주우의) 항아 선녀 연주하는 예상우의 그것 같네.

 <金時習, 南原廣寒樓上聞笛 남원의 광한루에서 피리소리를 듣고> 

 객관은 조용했다. 남원 같은 곳이라면 인마가 복잡할 듯도 한데, 저녁 시간이 되어서인지 쓸쓸함이 돌았다. 발길을 광한루로 돌렸다. 광한루는 조그만 누대였다. 이미 노을이 광한루 위로 펼쳐져 있었다. 그 오묘한 빛 때문에 광한루는 마치 인간 세상이 아닌 듯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솜씨가 참으로 공교하다. 농옥(弄玉)이 부는 소리인 듯도 하다. 아니면, ‘예상우의곡(霓裳羽衣舞曲)’인가?

 이 시는 광한루를 신선의 공간처럼 만들어 그 흥취를 즐긴 시다. 시의 내용은 세 가지 정도다. 객관에 오니 쓸쓸하고 조용하다, 광한루 위로 노을이 물들었다, 피리 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것만 보면 별반 주목할 내용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세 요소가 무엇을 향해 집중되어 있는지 알면 달라진다.

 객관이 쓸쓸하다고 했다.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남원 정도의 객관이면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사람의 숫자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거나 세속적 욕망 때문에 찾아온 사람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말과 마차가 드물다는 것도 결국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요 세속과의 거리가 멀다는 뜻이니 같은 말이다. 이렇게 사람의 자취와 왕래가 모두 없애버리면, 세속의 시끄러움과 번거로움에서 벗어난 상태가 된다.

이것은 시인이 광한루를 찾아나서는 계기가 된다. 작은 누대 위로 노을이 높이 물들어 있다. 노을은 광한루를 신비한 공간으로 바꾸어주기도 하지만, 이제 저녁이 곧 올 것임을 알려준다. 예나 지금이나 저녁은 세속의 일과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간이다. 이 시인에게는 세속의 호흡이 멈추고 신성한 의식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시인이 광한루를 신선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세속의 소음을 없애고 노을빛을 펼치고 세속의 호흡을 신성의 시간으로 바꾼 것은 광한루를 신선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다. 피리소리는 이것들보다는 적극적이고 직접적이다. 이미 모든 소음을 죽이고 모든 시선은 노을에 빼앗긴 상태이다. 갑작스레 피리 소리가 들리면, 온 몸의 신경은 그것에 집중될 것이다. 

 시인은 그것을 농옥이 부는 소리, ‘예상우의곡’의 곡조일 것이라고 했다. 농옥은 선녀다. 진나라 목공의 딸이다. 남편 소사는 봉소를 잘 불었다. 그가 봉소를 불 때 봉새와 공작이 날아와 춤을 췄다. 농옥은 그 소리를 배우고 싶어서 소사를 남편으로 맞았다. 그녀는 열심히 봉소를 배웠다 얼마 후 그의 꿈이 이루어졌다. 부부가 함께 피리를 불면 봉황새가 날아왔다. 두 사람은 결국 신선이 되어 봉황을 타고 날아갔다.

 ‘예상우의곡’은 신선의 음악이다. 당나라 현종이 추석날 도사들과 함께 달 속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옥황상제가 사는 궁궐과 관청을 보았는데 그 이름이 ‘광한청허지부(廣寒淸虛之府)’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하얀 옷을 입은 선녀들이 춤추는 것이 보였다. 지상으로 돌아와서 현종은 그 때 보았던 춤과 음악을 재현시켰다. 이것이 바로 ‘예상우의곡’이다.

피리 소리를 신선이 불고 즐기던 곡조라고 하는 순간, 광한루는 진정으로 신선의 공간이 된다. 필자는 이 부분을 농옥의 피리 소리인가라고 풀었다. 농옥의 피리소리로구나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단정하는 순간 흥취가 반감된다. 확인되지 않은 모호한 상태도 두어야 여운이 더 길어진다. 김시습 정도 되는 시인이라면 절대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반문형으로 번역했다.

광한루를 신선의 공간으로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광한루가 신성 공간이 되면, 시인도 신선이 된다. 말하자면 자신이 신선이 되는 흥취를 즐기기 위해 이렇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김시습이 이곳에서 이런 흥취를 즐길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정인지가 이곳에 그런 상징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정철은 여기에 한 술 더 떴다. 그는 삼신산의 전설과 견우직녀의 전설 상징물을 덧붙였다. 그래서 요천수가 흘러오는 길은 호수처럼 넓어져서 은하수 형상이 더 뚜렷해졌다. 영주, 봉래, 방장의 세 산이 마련되었고 돌자라와 지기석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돌자라는 세 섬을 받치고 있는 전설 속의 자라를 형상화한 것이고, 지기석(支機石)은 직녀가 짜던 베틀을 받치던 돌이다. (안타깝게도 광한루 정비사업을 하면서 지기석은 무지속에 버려 버리고 없다.)

이곳온 시인묵객들에게 이제 광한루는 그저 그런 누대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잔치를 벌이고 주흥이 오르면 그들은 스스로 신선이 되었다. 광한루가 있고, 은하수가 있고, 삼신산이 있으니, 자신들을 신선으로 여기는 것이 당연했다. 옆에 앉은 기생들은 덩달아 항아가 되었다. 신선놀음이다. 광한루원의 원래 그 주인은 춘향과 이도령이 아니라 이들 신선과 항아였던 것이다.

이것이 남원문화대학이 23년간을 성황리에 유지되어온 비결이 아닌가 한다. 

하나의 한시를 통해서 강의실은 곧 신선세계로 변하고 그리고 나 또한 신선이 된듯하기 때문이다. 유랑객인 김시습의 실상은 어떠했을까... 그렇다 그 시대적 상황에서 남루함과 헐벗음 속에서 김시습은 허기진 배를 참아내며, 방랑자며 유랑자였을 것이다.

강사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를 한다.

해설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몇 시간의 수고만 들이면 된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그 몇 배의 시간과 공력을 들여야 한다. 그 수준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상대방의 기대치에 비해 나의 능력이 작을 수 있고, 나의 노력에 비해 받는 보수가 작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설은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다. 지식을 쌓는 것도 뿌듯한 일이지만 그것 이상의 보람이 있다. 그것은 낯선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일이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일이다. 해설사도 관람객과 함께 삶을 돌아보고 인생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보람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이제 여러분의 몫이다. 해설사로서 새로운 보람이 풍성하기를 기원한다고.......」

-남원문화대학 이현식교수의 “문화관광 해설의 이론과 실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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