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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음악]

춘향 10대의 매를 맞다

글쓴이 : 시스템관리자 날짜 : 2019-10-02 (수) 13:53 조회 : 12
춘향 10대의 매를 맞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까지 경복궁 <지경다지기>이야기를 하였다. 경복이란 이름은 시경(詩經) 중에서 딴 이름으로 큰 복이라는 점, 경복궁은 조선 초기 신진사대부가 지은 궁궐로 유교 이념이 반영되어 수수하고 검소한 형태로 지어졌다는 점, 자금성보다 먼저 지어졌기에 자금성을 본 떠 지었다는 설명은 옳지 않다는 점, 땅을 다지는 작업 중 노래 소리는 작업의 능률을 극대화 한다는 점, 박상옥 외 100여명의 보존회원들은 힘겹게 지켜오다가 단절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점,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점, 이러한 유산은 올곧게 지켜져야 하는데, 서울시의 재고를 바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주에는 경기 좌창 가운데 심장가에 관한 이야기다. 춘향이가 새로 부임해 온 변 사또에게 10대의 매를 맞게 되는 대목이 바로 십장가다. 이 대목은 판소리로 전해 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대목을 발췌하여 경기소리의 창법으로 부르는 노래가 바로 경기잡가, 십장가인 것이다.

이 도령과 이별을 한 뒤, 쓸쓸하게 지내고 있는 춘향에게 남원으로 부임해 온 변사또는 수청 들것을 요구해 온다. 그러나 춘향이가 강력하게 이를 거부하자, 사또는 춘향에게 형벌, 곧 10대(十)의 매(杖)를 가하게 되는데, 이 부분의 소리가 바로 십장가인 것이다.

춘향전은 춘향을 통해 여인의 정절(貞節)을 강조하고 있는 소설이오, 연극이며 판소리이다. 춘향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백성을 괴롭히는 행위인 것이다. 다시말해 약한 백성에게 권력(權力)을 남용하는 갑(甲)질의 대표적 행위라 하겠다. 그러므로 권력에 맞서는 춘향의 절개가 힘에 의해 굴복되느냐? 아니면 죽음을 각오하면서도 정절을 끝까지 지켜 내느냐? 하는 점이 핵심이다.

김영순 경기명창의 공연 모습

▲ 김영순 경기명창의 공연 모습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야기는 연약한 춘향이의 항거가 승리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처참하고 처절한 과정을 담보하게 되는 것이다. 매질을 당할 때마다 춘향은 그 매의 숫자와 연관된 항거를 4자성어로 외치면서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가령, 예를 들면 하나 맞고는 일종지심, 일부종사, 일각일시 일일칠형 등 한 일(一)자로 된 4자 성어로 항변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사또의 간장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좌창으로 부르는 <십장가>는 이러한 의미의 문장을 판소리와는 달리, 극(劇)적인 표현이 절제된 채, 단아하게 부르고 있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 어렵다. 우선 경기좌창으로 된 십장가의 사설 “하나 맞고 하는 말이” 부분의 노랫말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전라좌도 남원 남문 밖, 월매 딸, 춘향이가 불쌍하고 가련하다. ‘하나 맞고 하는 말이’, 일편단심(一片丹心) 춘향이가 일종지심(一從之心) 먹은 마음 일부종사(一夫從死) 하쟀더니, 일각일시(一刻一時) 낙미지액(落眉之厄)에 일일칠형(一日七刑) 무삼일고.”

위의 노래말은 매 한 대를 맞은 춘향이가 자기 마음을 들어내며 외치는 내용들인데, 하나같이 “하나(一)”를 강조하고 있다. 간단하게 그 의미를 풀어보기로 한다.

일편단심(一片丹心)이란 오르지 님을 향한 정성스러운 마음이고, 일종지심(一從之心)은 님을 따르겠다는 굳은 마음이다. 또한 일부종사(一夫從死)는 한 지아비를 따라 죽겠다는 결연한 뜻을 지니고 있는 말이고, 일각일시(一刻一時) 낙미지액(落眉之厄)은 잠깐사이 눈앞에 닥친 재앙을 가르키는 말이다. 그리고 일일칠형(一日七刑)은 하루에도 일곱 번씩 형벌을 당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김영순 경기명창의 공연 모습

▲ 김영순 경기명창의 공연 모습

다음은 두 번째 매질을 당하면서 이에 항거하며 외치는 대목이다.

“둘을 맞고 하는 말이, 이부불경 이내몸이, 이군불사 본을 받아, 이수중분백로주 같소. 이부지자 아니어든, 일구이언은 못 하겠소.”

이부불경(二夫不敬)은 두 남편을 공경할 수 없다는 뜻, 이군불사(二君不事) 역시,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뜻이니 춘향이의 의중과 같은 뜻이며 그것은 마치 이수중분(二水中分) 백로주(白鷺洲), 곧 물줄기가 둘로 갈라진 곳에 백로주가 있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부지자(二父之子)라는 말, 두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의미이니 춘향은 그렇지 않기에 한 입으로 두 말은 못 하겠다는 강경한 뜻을 전하고 있다.

그러면 판소리 사설에서 이 부분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살펴보기로 한다. 보성제 춘향가에서 조상현 명창이 부르는 부분이다.

“일자로 아뢰리다. 일편단심 이 내 마음 일부종사 허랴는듸, 일개형장이 웬일이요? 어서 바삐 죽여주오.“ ”매우 쳐라” “에이” 딱. “이자로 아뢰리다. 이부불경 이내마음, 이군불사 다르리까? 이비(二妃)사적(史籍) 알었거든 두 낭군을 섬기리까? 가망없고 무가내요!”

경기 잡가의 십장가나 판소리 사설에서 보이는 십장가가 일편단심(一片丹心), 일부종사(一夫從死), 또는 이부불경(二夫不敬), 이군불사(二君不事)와 같은 사설을 노래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순 임금의 아내로 알려진 아황과 여영의 절행을 적은 글을 끌어들이는 이비사적(二妃史籍)의 내용이 들어 있어 조금 다를 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판소리 이 대목이 더더욱 간결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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