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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농약으로 해충 전멸은 안 되고 차라리 충제를?

글쓴이 : 편집실 날짜 : 2017-07-03 (월) 22:11 조회 : 37

농약으로 해충 전멸은 안 되고 차라리 충제를?

환경이야기 <농업과 농약>

[신한국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제비는 음력 33일 삼짇날이면 날아왔다가 음력 99일 중앙절에 따뜻한 강남으로 돌아가는 여름 철새이다. 삼짇날 돌아온 제비는 4월 초에 진흙을 물어다가 추녀 안쪽에 집을 짓고 4월 하순이 되면 3~5개의 알을 낳고 15~18일 동안 알을 품어서 새끼를 부화시킨다. 새끼는 어미가 25일 정도 키우면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다.    

제비는 곡식은 먹지를 않고 벌레만 잡아먹는 육식성 익조로서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제비를 영물이라고 믿었다. 제비가 새끼를 많이 낳으면 풍년이 들 것이라고 믿었다. 초가집에서 제비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제비를 가족처럼 돌보면서 한 지붕 아래 살아왔다. 판소리 흥보가에서는 가난한 흥보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서 이듬해에 대박이 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충북산림환경연구소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987년에는 면적 100당 무려 22,000마리의 제비가 살고 있었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거의 집집마다 제비가 둥지를 틀고 번식했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2011년에는 제비의 수가 10020마리로 줄었다. 불과 24년 만에 제비의 개체 수는 1/1000로 줄었다. 제비가 사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농부들이 농약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농약이 해충을 죽이자 제비의 먹이인 벌레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현직에 있을 때에 학생들에게 <환경과학>이라는 교양과목을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농약의 독성에 관한 자료를 열심히 찾아서 농약의 피해를 학생들에게 설명하였다. 농약의 대안으로서 유기농법이니 자연농법이니 하는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년 전에 퇴직한 뒤 강원도 평창에 작은 집을 짓고 10평 남짓한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농약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추는 싹이 나자마자 웬 벌레들이 그렇게 달려들어 갉아먹는지 안타까워서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다. 그래서 물에 타서 뿌리는 액체 농약을 사서 뿌렸다. 그러자 이제는 잡초가 나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뽑아도 계속해서 솟아 나온다. 농사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잡초와의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곡식은 다치지 않고 잡초만 죽이는 제초제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정말로 힘들었다  

농약은 해로운 곤충만이 아니라 이로운 곤충까지죽인다.  

농약은 목표물인 해충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이로운 곤충도 함께 죽인다는 데 문제가 있다. 비유하자면 2차 대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융단폭격과 같다. 폭격기들이 일렬로 지나가면서 폭탄을 떨어뜨린다. 그 아래에 있는 적군은 물론 무고한 양민도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살포된 농약의 1퍼센트만이 목표 해충에 가 닿으며, 나머지는 다른 동식물과 토양에 피해를 주고 농작물에도 축적된다  

논에서 메뚜기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미꾸라지와 우렁이도 논에서 사라졌다. 벌과 나비는 식물이 수정하는 데 꼭 필요한 곤충이다. 꿀벌과 같은 곤충은 과일, 채소, 콩 같은 작물의 80퍼센트 이상을 수정시킨다. 꿀벌은 품삯 받지 않고 일하는 자연의 일꾼들이다. 그러나 농약 사용으로 벌과 나비들이 피해를 입어 과수원에서는 꽃가루받이를 위해 외국에서 1회용 꿀벌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꿀벌의 단위는 군()으로, 여왕벌 1마리에 1만 마리 이상의 일벌이 있는 무리를 말한다  

꿀벌 시장은 1991년에 처음으로 개방되었는데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인건비 비싼 사람을 구해 일일이 과수원의 꽃을 수정시키는 것보다는 꿀벌을 수입하여 풀어놓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한다. 특히 겨울철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꿀벌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일만 하다가 물기가 있는 비닐 벽에 걸려 죽거나 농약을 맞고 죽는다. 양봉업자들은 벌통을 이동시키면서 꿀을 채집하는데, 농약의 피해를 염려하여 논밭에서 1킬로미터 이내에는 벌통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과수원 농장주, 자기네 식구들은 농약 치지 않은 과일 먹는다

과수원 농장주, 식구들이 먹는 과일엔 농약을 치지 않는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 과수원 농장주, 식구들이 먹는 과일엔 농약을 치지 않는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충주에서 사과 과수원을 경영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사과를 수확하기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농약을 친다고 한다. 농약 친 사과를 식구들도 먹느냐고 물어보니 자기네는 농약을 치지 않은 나무의 사과를 먹는다고 한다. 물론 그 사과는 농약을 치지 않았기 때문에 벌레가 먹기도 하고 볼품없이 생겼지만 깨끗한 사과라는 것이다. 듣고 나서 생각해 보니 벌레가 먹는 사과가 오히려 깨끗한 사과일 것 같다. 과일가게에서 볼 수 있는 반들반들 윤이 나고 조금의 흠도 없이 크고 탐스러운 사과는 벌레도 먹지 않는 사과인데, 유독 사람만이 좋다고 먹는다. , 그렇구나! 벌레 먹은 사과가 오히려 좋은 사과인 것을 깨달았다.  

곤충은 분류학상 절지동물문 곤충강에 속하며, 작은 것은 몇 밀리미터부터 큰 것은 10센티미터가 되는 것도 있다. 곤충은 전체 동물 종인 120만 종의 3/490여 만 종으로 추산된다. 곤충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벌인데, 지구상에 12만 종이 있다고 한다. 곤충은 인간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자연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매우 다양한 적응력을 가지고 진화해 왔다. 곤충은 다른 동물보다 작으므로 필요한 먹이의 양이 적고 적을 피해 몸을 숨기기가 용이하다.  

농약을 뿌려 해충을 전멸시키겠다는 것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농약을 뿌려도 소수의 강한 해충은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강자는 내성(耐性)을 기르게 되어 새끼들은 더 많은 수가 살아남는다. 그러므로 어느 농약이나 일단 사용하기 시작하면 수 년 간격으로 사용 농도를 높여야 하며 마지막에는 효력이 없어지고 만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화학자들은 더욱 강력한 농약을 계속 합성하여 제공하고 있으나 해충은 전멸되지 않고 농약의 사용량만 늘어간다.  

해충을 전멸시킨다는 것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전략임을 깨닫고서 종합적 해충 관리라는 것이 등장하였다. 해충과의 전쟁에서 농약은 최소량만 뿌리고 해충의 수가 어느 한계 이하로 유지되도록 다양한 전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사실 자연 생태계에는 천적이 있어서 먹고 먹히는 관계가 제대로 유지되면 어느 한 종이 크게 번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현대 농업에서는 효율적인 기계화 영농을 위해서 한 종의 곡물만을 심는 이른바 단일 경작을 하기 때문에 해충이 번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합적 해충 관리는 천적 외에도 해충을 유전적으로 불임시키는 유전적 조절, 곤충의 성장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나 성 유인물질인 페로몬을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충의 수를 통제하려는 노력이다.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생물종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균형이 깨져 어느 한 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 멸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생태계의 원리를 우리의 선조들은 일찍부터 깨달은 것 같다  

벌레를 막기 위한 충제, 전멸이 아니라 종자만은 남겨야  

인류학자 전경수 교수가 연구한 민속자료에 재미있는 것이 있다. 전라남도 진도군의 한 마을에서는 벼농사에서 가장 농민을 괴롭히는 병충해를 막기 위하여 충제(蟲祭)를 지낸다. 음력으로 유월 초의 첫 뱀날에 실시되는 충제에서 제관이 읽는 제문의 마지막 부분에 초절멸후유종(剿絶滅後遺種)’이라는 문장이 들어 있다.

벌레를 없애달라는 충제(蟲祭), 그러나 전멸은 안돼(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 벌레를 없애달라는 충제(蟲祭), 그러나 전멸은 안돼(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벌레들을 없애 달라고(초절멸) 요구하면서도, 종자만은 남겨 달라고(후유종) 부탁을 한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 해충을 없애달라는 충제를 지내지만, 생태계를 구성하는 벌레들의 종자를 모조리 없애지는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제문에 나타나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콩을 심을 때에 한 구멍에 세 알을 심었다. 한 알은 날아다니는 새가 먹도록 하고, 한 알은 벌레들이 먹도록 하고, 나머지 한 알을 사람이 수확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할머니들은 뜨거운 물을 버릴 때는 반드시 식힌 다음에 버려 땅속의 벌레가 죽지 않게 배려하였다. 또한 성긴 짚신을 신어 벌레가 밟혀 죽지 않도록 하는 등 우리 조상들은 생태계라는 용어는 몰랐어도 조화로운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사는 삶을 지향하는 생태철학을 우리 조상들은 실천하고 있었다.

불교의 교리에 불살생(不殺生)이라는 계율이 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죽이지 말라는 계율로서 기독교의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계율보다 더 포괄적이며 환경 친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서양의 환경학자들이 동양 사상, 특히 불교 사상에 관심을 갖는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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