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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은 “나무 도시”가 되어야 한다.

글쓴이 : 편집실 날짜 : 2017-09-22 (금) 00:00 조회 : 276


 

우리 고장 남원은 내세울 자랑거리가 많다. 그 중에서도 남원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꼽자면 단연 광한루원일 것이다. 광한루원을 찾는 관광객들의 찬사는 기대 이상이다. 왜 그럴까? 먼저는 인문학적인 배경, 곧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광한루원은 단지 예스러운 건물이어서만이 아니라 춘향전이라는 최고의 사랑 이야기와 어우러져 있기에 빛을 발한다. 많은 이들이 남원, 광한루원을 찾는 이유이다. 하지만 춘향전을 떠올리며 남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광한루원 자체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지나온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형상의 나무들로 가득 채워진 광한루원은 분명 남원의 자랑거리이다 

최근 들어 남원시민들은 이웃한 담양 죽녹원, 함양 상림, 곡성기차마을의 장미축제 등의 성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남원보다 인구도 적고 경제규모도 작은 지역들이지만 성공적인 도시조경 사업을 통해 많은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지역경제가 살아나면서 고장에 대한 자긍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중심에는 나무이 있다 

지금이야 다른 지역들의 성공을 바라보고만 있지만 이미 20 여 년 전 숲을 중심으로 한 남원의 도시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한 사람이 있었다. 시골의 오지에 불과했던 남이섬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킨 강우현 씨이다. 그는 일찍이 남원이 나무+()’ 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리산 숲이 남원시내로 연결되어야 남원의 관광자산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강우현씨의 제안은 먼저 남원대교에서 주천 육모정으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 중 2차선은 차도로 사용하고 나머지 2차선은 자전거길과 숲길로 조성하자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에 가로수를 빼곡하게 심어서 숲속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만들자는 아이디어였다. 당시에는 흥미로운 주장 정도로 여겨졌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시대를 앞선 안목을 보여준 것이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이나 죽녹원의 대나무숲, 곡성의 장미꽃밭에 앞선 지리산 숲길과 자전거길이 남원에 있을 수 있었다.

지금 남원은 전국적인 조경수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남원 시내를 거닐다보면 가로수와 조경수의 가치가 무시되고 있으며 도시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나마 요천 변에 조성된 숲길이 지리산 도시 남원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남원 땅에서 좋은 나무들을 길러 다른 도시들을 아름답게 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스스로는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원시는 역사와 예술의 도시로 자부하며 관광 산업을 성장시키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역사문화도시 조성의 바탕이 되어야 할 도시조경과 수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도시조경과 관련하여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

오래 전, 전주시청에서 부서책임자로 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가로수로 심어진 플라타너스가 꽃가루를 날려 불편하다며 가로수 절단을 요구하는 민원이 쏟아졌다. 담당부서에서는 민원에 따라 가지치기를 진행하려했으나 당시 시장은 직원들이 나무를 자르면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반대하였다. 결국 서울, 과천, 청주시 등 가로수 관리와 도시조경에 성공한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나무를 보호하며 민원을 해소하는 대안들을 찾아냈었다. 후에 시장은 자신이 완강하게 가로수 보호를 명령했던 것이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유학했던 경험 때문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사람들이 길을 가다가 몸에 걸리더라도 나뭇가지를 함부로 자르지 않고 보호해주었기에 아름다운 숲의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전주시에서 복지환경국장을 하는 동안에는 300만 그루 나무심기운동을 추진하였다. 도시 열섬현상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문화역사도시로서 자연 친화적인 도시 경관을 조성하기 위해 대구광역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대대적인 녹지조성에 나선 것이다. 오늘 날 전주시가 한옥마을을 통해 전국제일의 관광지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된 배경 중 하나가 나무와 숲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도시조경 사업의 성공이다 

남원 본정통거리에서 겨우 숨을 쉬고 있는 플라타너스들은 죄다 몽당연필 신세다. 가지들이 다 잘려나간 채 볼품없이 서있다. 공설시장과 중앙 초등학교 앞, 시청 앞 거리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은행나무들이 가지가 잘려 전봇대와 같이 서 있다. 아름다운 나무들로 가득한 광한루원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광한루 서문 상가에는 한 여름 무더위에도 그늘이 없다. 이런 저런 민원들에 시달리느니 애초에 나무 가지를 잘라내 버린 결과이다. 나뭇가지가 1층 상가간판을 가리는 문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나무가 자라면 자연스레 해결된다. 십수정 앞의 느티나무들은 상가에 해를 끼치지 않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청주시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전국적인 명물이 되기까지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다. 도시조경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있다면 많은 예산을 들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순간의 편리함과 당장 눈에 띄는 치적 쌓기에 몰두해서는 10, 20년 후 우리 자녀들에게 아름답고 경쟁력 있는 도시를 남겨줄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도시개발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도시조경전문가들의 다양한 조언을 통해 남원의 미래를 디자인해야 한다. ‘나무와 숲의 도시 남원은 지리산 중심도시 남원이 나아가야 할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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