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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분권

글쓴이 : 시스템관리자 날짜 : 2018-04-01 (일) 22:41 조회 : 49


    



윤 종 빈 교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지방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정치권의 직무유기로 ‘지방 없는’ 지방선거가 치러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개헌, 미투 운동, 재보선 등의 대형이슈에 가려 지방선거 고유의 지역이슈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회가 시도별 자치구·시·군의원 총정수의 확정을 지나친 공방으로 늑장 대응해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광역시도의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이 늦어졌다. 그러다 보니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유권자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또한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는 지난 20여 년간 숨 가쁘게 진행되어온 풀뿌리 지방자치를 공고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지방선거의 캠페인 과정에서 지역의 이슈를 논의하다 보면 현행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문제점과 개선 아이디어가 잘 드러난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공약을 개발하면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자신만의 매니페스토 로드맵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에게 심판받는다.

즉 다시 말해서, 지방선거의 일련의 캠페인 과정은 정치권과 유권자가 함께 그동안 발전된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발굴해 새로운 발전 방안을 찾아가는 중요한 정치적 절차이다. 지역선거구 구역표와 시·도별 자치구·시·군의회 의원 총 정수를 확정하였다. 

       
 
‘87년 헌정질서를 바꾸는 개헌의 실질적인 이슈는 크게 권력구조 개편,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실현으로 압축될 수 있다. 그 중에서 지방분권은 개헌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촛불혁명과 탄핵, 조기대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시대적 명령은 지나치게 집중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라는 것이다.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입법부·사법부에 분산하고 중앙과 수도권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에 충분히 분산해 실질적인 분권과 자치를 통한 국가통합을 주문한 것이다.

중앙·지방의 모든 행정 관료가 대통령만 바라보는, 그래서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다하게 집중되고 필연적으로 주변의 권력형 비리가 발생하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처럼 이번 지방선거는 개헌 이슈와 맞물려 지방분권의 가치와 중요성을 부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방분권이 실현되어야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지방분권의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하자면 중앙집권과 반대되는 것으로 국가의 통치권과 행정권 일부를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이양하는 것이다. 즉,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의 감독 아래 위임받은 권한이 집행되는 ‘위임행정’과 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자치행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방분권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건인 국민으로부터 대표성을 위임받기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정통성을 보장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헌법에 4대 지방자치의 개념인 자치입법, 자치행정, 자치조직, 자주행정을 명문화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현행 지방자치제도가 실질적인 분권과 자치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핵심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째, 현재와 같은 중앙집권적 법률 및 제도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정헌법에 분권을 명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자치의 확대를 위한 다양한 분권적 법률을 규정하기 위한 헌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둘째, 지방재정 격차의 해소를 위한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 교부세의 자율적 사용이 가능하도록 중앙의 규제를 푸는 방향의 개선과 함께 수도권과 지방의 재정격차, 자치단체 간의 재정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이러한 지방분권의 개선책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을 분산하는 권력구조 개편과 연계될 때 효과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본다. 지방분권을 권력구조 개편과 연계하는 전략적 필요성이 절실한 대목이다.

최근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구성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정부 개헌안 초안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여러 차례 강조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핵심 쟁점인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은 애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지방분권을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정치의 최대 당면 과제이자 시대적 정신인 ‘권력의 공유와 책임의 분산’이라는 큰 틀에서 지방분권을 바라본다면 당연히 대안의 내용도 달라질 것이다.

지방분권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좀 더 탄탄한 국민지지의 토대 위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그동안 다소 부족했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아직도 상당수 국민들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방정치인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충분한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 꾸준하고 철저한 매니페스토 공약 이행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둘째, 유권자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지방선거 참여가 필요하다. 후보자의 자질과 매니페스토 정책에 대한 검증과 투표심판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가 지방선거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만 지방분권과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개헌과 마찬가지로 지방분권은 정치권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매몰되면 결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정당 내에서도 수도권과 지방, 지역의 재정상황에 따라 의원 간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촛불 이후의 시대정신인 ‘분권과 통합’의 대승적인 명분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견고해 여론의 압박이 충분히 강할 때 정치권은 당리당략보다는 국민을 위한 개혁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가 정책선거가 되고 지방분권을 다지는 초석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조속히 당내 후보를 공천하고 중앙당이 지원하는 지방 맞춤형 공약 개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역발전 이슈는 이념적 정파성을 넘어서 초당파적으로 바라봐야한다. 진정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은 지역 단위에서의 생활밀착형 자치민주주의가 정착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분권형 풀뿌리 자치모델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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